사순시기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 전까지 예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회개와 기도의 시기를 말한다. 이 기간 중에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은 금식재와 금육재를 함께 지켜야 한다.

1. <기원과 발전>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순 시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기 전 이를 준비하는 기간을 두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생겼을 것이라고 짐작하는데 처음에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엄격한 단식을 하기 시작했다.

(1) 3세기 <디다스칼리아>의 증언 : 동방의 일부 지역에서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조금 덜 엄격한 단식을 하며 예수 부활 대축일을 며칠 동안 준비하는 관행이 있었다.
(2) 알렉산드리아의 디오니시오(190~265?) : 일주일 동안 느긋한 단식을 하며 예수 부활 대축일 기간을 가졌다고 증언한다.
(3) 니체아 공의회(325년) : 예수 부활 대축일 이전 40일 동안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
(4) 로마에서는 처음에 부활 성야 전 주일에 주님의 수난기를 읽는 것을 시작으로 한 주간 동안 단식하며 예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였다. 4세기에는 3주간의 준비 기간을 가졌고, 354~384년에는 예수 부활 대축일의 6주 전에 시작하는 40일 간의 준비 기간이 마련되었다. 그 이후 여러 단계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거쳐, 7세기에 와서 사십 일 동안 재를 지키는 관습이 정착되었다.
(5) 1969년 「전례력 규범」: 원래의 6주 전 주일로 환원시키지 않고 그간의 전통과 대중성을 고려하여 재의 수요일에 시작하여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로 정했는데, 그간의 주일까지 합하면 44일이 되고 주일을 빼면 38일뿐이다. 따라서 오늘의 사순절은 그대로 40일을 뜻한다기보다는 영성적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2. <40일의 뜻>
(1) 40이란 수와 관련된 성경 내용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를 내려…”(창세 7,4)
“모세는 구름을 뚫고 산에 올라갔다. 모세는 밤낮으로 사십 일을 그 산에서 지냈다.”(탈출 24,18)
“엘리야는 일어나서 먹고 마셨다. 그 음식으로 힘을 얻은 그는 밤낮으로 사십 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다.”(1열왕 19,8)
“요나는 그 성읍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하룻길을 걸은 다음 이렇게 외쳤다.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그들은 단식을 선포하고 가장 높은 사람부터 가장 낮은 사람까지 자루옷을 입었다.”(요나 3,4-5)
“이집트에서 나온 이 온 겨레 가운데에서 군사들이 주님의 말씀을 듣지 않은 탓으로 다 죽을 때까지, 이스라엘 자손들은 사십 년 동안 광야를 걸었다.”(여호 5,6)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루카 4,1-2)

(2) 40일의 뜻과 유래
'40일’이란 하느님의 계시, 구원, 구원의 선포를 위한 정화와 보속과 준비의 기간을 의미한다. ‘40일’이라는 숫자는 하느님을 만나기 전에 거치는 정화의 기간을 뜻하는 성경의 상징적 숫자이다.
40일을 뜻하는 사순절은 처음부터 하루의 오차도 없는 재계 40일을 지칭한 것은 아니었다. 성목요일부터 40일 이전의 주일이 사순절 첫 주일이었으나 주일에는 재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5세기에는 성삼일 중 성금요일과 성토요일까지 합쳐 36일로 우선 정해 놓았다. 일 년은 365일인데 십일조를 바치는 정신으로 일 년의 10분의 1인 36일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후에 사순 첫 주일 이전 나흘을 더 합산, 현재와 같이 재의 수요일부터 계산하여 40이란 수를 맞추었다. 그러나 6세기에는 현 사순절 이전의 세 주일을 중요하게 보아, 십 자리 수에 맞추어 오순, 육순, 칠순 주일이라 부르게 되었다.

40이란 수가 예비 신자 교리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틀림없으나, 사순절 자체의 근원은 알 수 없다. 부활 준비 기간에 관한 초기의 여러 전례 기록에는 그 기일이 일정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40일이란 수는 수학적인 수치에 비중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숫자인 것이다. 즉 40이란 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을 영접하기 위해 속죄 행위와 더불어 합당한 준비를 한다는 뜻으로, 성경의 예를 보면 이스라엘의 40년 동안 시나이 사막에서의 방랑생활과 모세의 십계명을 받기 전 40일, 그리고 엘리야가 호렙 산에 갈 때까지 천사가 주는 음식만 먹으며 40일을 걸었으며, 예수님께서도 공생활 전 40일 동안 단식과 기도를 하셨다.

 

사순시기의 전례

“사순 시기는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특히 세례의 기억이나 준비를 통하여 또 참회를 통하여 신자들이 더 열심히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에 전념하며 파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하게 함으로써, 전례에서나 전례 교리 교육에서 이 두 가지 성격이 더욱더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한다.”(「전례헌장」109항)

이 같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혁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사순 시기 전례는 다음과 같이 개편되었다. 기도문과 성경 독서들의 적절한 선택과 배치를 통해 세례 준비 기간이자 예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기간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였다. 사순 시기 준비 기간을 없애고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전까지를 사순 시기로 지내며, 사순 제5주일부터 지내던 수난 시기를 사순 제6주일부터 지내도록 함으로써 사순 시기의 일체성을 유지하였다. 또 단식과 기도의 시기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기쁨을 드러내는 요소인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를 하지 않는다.

1. 재의 수요일
이날은 큰 죄를 지은 죄인이 교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쫓겨나 성목요일의 화해 예식 때까지 참회복을 입고 참회 생활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본래 공적참회는 사순 제1주간 화요일부터 시작되었으나 후에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며, 참회복을 입거나 참회의 뜻으로 재를 뒤집어쓰는 풍습은 이교인이나 성경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상징적 행위였다. 교황 우르바노 1세(1088~1099)는 1091년의 베네벤토 교회 회의에서 모든 신자들도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받도록 권고하였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재는 통회 · 참회 · 덧없음의 상징이다. 하느님과의 화해 권고, 자선과 기도와 단식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구성된 재의 수요일의 말씀 전례는 사순시기의 의미를 그대로 담고 있다. 재를 얹을 때 사용되는 두 양식문 가운데 전통적인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생각하십시오"라는 양식문 외에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라는 양식문을 사용할 수 있다. 먼지로 돌아갈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존재임을 상기시키면서 하느님께 돌아오라는 호소이다. 감사송은 육체적 단식을 직접 언급하는 가운데 단식의 영적 의미를 부각시킨다.

2. 사순 시기 주일과 평일
「전례헌장」은 사순 시기의 특징적 요소 가운데 하나를 세례성사의 준비로 보았다. 세례는 회개와 참회라는 영적 자세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요소들을 잘 보여주기 위해 새 미사 경본이 취한 개혁은 옛 전통에 따라 성경 독서를 배열한 데서 잘 나타나 있다. 말씀 전례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그 주일의 주제를 선명하게 보여 주는 것은 복음이며, 제1독서는 복음과 관련된 구약성경에서, 제2독서는 복음 또는 제1독서와 관련지어 신약성경에서 뽑았다.
평일 역시 회개와 세례성사를 두 축으로 하는 주제를 다루면서 예수 부활 준비 시기로서의 사순 시기의 주제를 드러내도록 구성되어 있다. 평일마다 고유의 성찬례 기도문이 마련되어 있다. 성경 독서는 일 년 주기로 되어 있는데, 구약성경에서 뽑은 제1독서는 주제에 있어 복음과 일치된다. 제4주간부터는 요한복음을 거의 연속적으로 읽어 나가며, 성주간의 평일은 주님의 수난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 주일과 주간의 복음 주제(가해, 나해, 다해)
* 사순 제1주일 : 광야의 유혹, 회개 / 주간 : 진실한 생활
* 사순 제2주일 :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 주간 : 자비
* 사순 제3주일 :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가해), 성전 정화(나해), 포도나무의 비유(다해) / 주간 : 의로움, 용서
* 사순 제4주일 : 맹인의 눈뜸(가해), 외아들 파견(나해), 돌아온 아들(다해) / 주간 : 생명
* 사순 제5주일 : 라자로의 부활(가해), 밀씨가 썩어야(나해), 간음한 여인(다해) / 주간 : 높이 들림